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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증액변경계약이 남긴 법적 경계선
2026-02-10
사진 :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공사대금 분쟁이 법정으로 향할 때,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는 마지막 안전망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그 보증서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효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다툼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대법원이 2002년 선고한 판결 하나가 20년이 넘도록 실무에서 기준처럼 인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도급계약이 증액·변경된 경우에도 기존 지급보증이 그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비교적 명확히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2다13447 판결은 설계변경과 물량 증감으로 하도급대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최초 발급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를 다뤘다.
사건은 원도급자와 하수급인 사이에 하도급계약이 체결되고, 이에 맞춰 보증기관이 일정 금액 한도의 지급보증을 발급한 데서 출발했다. 이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설계변경 등이 반복되면서 하도급대금은 여러 차례 증액됐다. 기성금도 그에 따라 지급됐다.
문제는 후행 기성분 일부가 지급되지 않거나 어음이 부도 처리되면서 불거졌다. 하수급인은 지급보증을 근거로 보증기관에 보증금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보증기관은 자신들이 보증한 범위는 최초 하도급계약 및 일정 시점까지의 금액에 한정된다며, 이후 변경계약으로 증액된 부분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맞섰다.
재판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증계약 체결 이후 변경된 하도급계약이 여전히 같은 주채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다른 하나는 같은 공사라 하더라도 공사대금이 늘어난 경우, 그 증액분까지 기존 보증의 효력이 자동으로 확장되는지였다. 여기에 기성금이 어느 부분의 공사대금에 충당된 것으로 볼 것인지도 보증책임의 범위를 가르는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대법원은 먼저 보증계약 이후 주채무가 변경된 경우에 관한 일반 법리를 전제로 판단을 이어갔다. 변경으로 인해 주채무의 목적과 형태가 사실상 다른 채무로 바뀌었다면, 그 변경된 채무는 원래의 보증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대로 공사현장과 공사종류, 공사의 기본 성격이 유지되고 있다면, 공사대금이나 공사기간이 늘어났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채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보증인의 책임 범위가 자동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증인의 책임은 보증계약 체결 당시의 주채무 범위를 기준으로 평가되며, 그 이후 채무가 가중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게 하려면 보증인의 명시적 동의나 추가 약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변경계약 이후의 하도급계약이 하도급계약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봤다. 공사현장과 공사종류, 공사의 기본 내용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설계변경과 물량 증감에 따라 공사량과 대금이 조정된 데 불과하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보증기관이 처음 약정한 보증한도를 넘어 증액된 공사대금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판결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기성금의 충당관계를 통해 보증책임의 구체적 범위를 판단했다는 점이다. 원사업자와 하수급인 사이에서 변경계약 이후 지급된 기성금은 증액 공사분에 우선 충당하기로 한 약정이 인정됐다.
그 결과, 기존 보증 범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은 이미 충분히 지급된 것으로 평가됐고, 최종적으로 남은 미지급분은 증액된 공사대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에 따라 보증기관의 보증책임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판결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둘러싼 분쟁에서 실무적인 기준을 제공해 왔다. 공사대금이 늘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보증범위가 확대된다고 볼 수 없고, 보증금액과 기간이 실제 공사 내용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따져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동시에 변경계약, 기성금 지급 내역, 충당에 관한 약정과 관행이 소송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냈다.
하도급대금 분쟁에서 지급보증은 여전히 중요한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그러나 그 보호의 범위는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과 조건, 그리고 이후 계약 변경과 기성금 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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