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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17]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원·비조합원(현금청산자) 권리 구조 이해
2026-03-16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현금청산자)의 권리 구조는 토지 등 소유자의 선택과 그에 따른 지위 변동, 그리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과 판례의 해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합원에서 현금청산자로의 전환 시점, 전환의 효과, 그리고 조합비용 부담과 분양·의결권 등 구체적 권리의 존부는 실제 분쟁에서 핵심 쟁점으로 반복되고 있다.
정비사업의 출발점에서 토지 등 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 구조를 보면, 조합설립에 동의하여 인가 당시 명부에 오른 자,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신청을 한 자가 통상적인 의미의 조합원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 등 소유자, 분양신청 기간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 등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현금청산 대상으로 전환된다.
문제는 이 전환이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지, 그리고 전환 이후에도 조합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권리·의무가 잔존하는지에 따라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판례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신청을 철회하는 등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 요건에 해당하게 되면, 그 시점에서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조합원이 구 도시정비법 제47조나 정관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 현금청산대상자가 되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고, 사업시행자인 조합도 더 이상 그에 대하여 구 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상의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무상 종종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으나 조합원 명부에서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근거로 조합원 지위 존속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법리가 아니라 단지 조합의 내부 행정의 미비일 뿐이며, 법원은 현금청산 요건 충족 여부를 중심으로 조합원 지위 상실을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합원에서 현금청산자로 전환되는 정확한 시점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빈번하다. 예컨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단순히 기간 도과만으로 곧바로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는지, 아니면 조합이 현금청산 절차에 착수하여 청산자를 확정하는 절차가 병행돼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판례와 실무는 일반적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분양신청 미제출·철회, 조합의 현금청산 절차 개시라는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조합원 지위 상실 및 현금청산자 확정을 판단하고 있고, 단순한 신청 누락만으로는 곧바로 현금청산자로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결국 개별 사건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일, 분양신청 기간, 조합의 청산 통지·협의 및 수용재결 진행 여부 등 구체적 사실관계가 조합원·현금청산자 지위 판단의 핵심이 된다.
조합원과 현금청산자의 권리 구조 차이는 가장 먼저 ‘분양권 vs. 현금청산금’이라는 선택 구조로 나타난다. 조합원은 정비사업의 결과물인 새 아파트나 상가 등에 대한 분양청구권을 핵심 권리로 가지며, 이는 곧 사업 완료 시점의 자산가치 상승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에 해당한다.
반면 현금청산자는 종전자산 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현금청산금을 지급받는 대신, 사업 종료 후 신축 건물에 대한 분양이나 추가 이익에 참여하지 못한다. 즉 조합원은 사업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부담하면서 향후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구조인 반면, 현금청산자는 일정 시점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사업에서 이탈해 이후 이익·손실과 분리되는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의결권·조합운영 참여 측면에서의 차이가 중요하다. 조합원은 총회 참석, 의결권 행사, 임원 선출·해임 의결 참여, 정보 열람 및 각종 이의제기 등 조합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이에 비해 현금청산자는 조합과의 내부적 회원관계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아 의결권 등을 행사할 수 없고, 조합의 내부 의사결정에 관해 직접적인 통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이는 이후 조합이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향으로 결정할 경우, 현금청산자는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일정한 비용 부담 요구를 받을 수 있는지라는 또 다른 문제와 연결된다.
현금청산자의 조합비용 부담 문제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중요한 기준이 정립돼 있다. 재개발조합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자가 된 자를 상대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사업비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정관 규정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법원은 조합의 청구를 일관되게 기각했다.
법원은 현금청산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려면, 정관에 비용 항목, 분담 기준,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단순히 “사업비를 공제할 수 있다”는 추상적 규정만으로는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조합관계에서 탈퇴할 기회를 보장하는 도시정비법의 취지, 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의 예측 가능성, 재산권 보호 등을 고려한 해석으로 이해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조합원이 현금청산 대상자가 돼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면, 조합은 그에게 구 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상의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잔존 조합원과 동일한 사업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법의 구조와 현금청산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았다.
현금청산자는 잔존 조합원과 달리 사업의 이익을 향유할 수 없고, 의결권 등 조합 내부 통제수단도 상실한 상태이므로, 동일한 성격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조합이 정관·규약 등을 통하여 현금청산자에게 포괄적으로 사업비를 부담시키려고 시도하는 경우, 그 규정의 효력은 엄격하게 제한되며, 특히 구체성·명확성을 갖추지 못한 추상적 규정은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현금청산자가 어떠한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토지수용이나 매도청구 등 공법·사법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현금청산 과정에서, 청산금 산정 시 종전자산 평가액에서 일정 비용이나 부담금을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 법 조항과 사업 유형에 따라 달리 검토된다.
다만 재개발의 경우 대체로 현금청산자의 사업비 공제에 부정적인 입장이 우세하며, 재건축에서도 재판부에 따라 다소 엇갈리는 경향은 있으나, 포괄적·추상적인 사업비 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취지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요컨대 현금청산자의 기본 구조는 ‘사업 이익에서 배제되는 대신, 조합관계상의 사후 비용 부담에서도 상당 부분 벗어나도록 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최근 판례는 사업계획 변경, 특히 최초 사업시행계획의 폐지와 새로운 사업시행계획 인가라는 상황에서 현금청산자의 지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관한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어떤 재개발조합이 최초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분양신청을 받았으나 일부 토지 소유자가 신청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어 조합원 지위를 잃은 상태에서, 이후 조합이 기존 사업계획을 폐지하고 “사업시행인가가 폐지되면 현금청산대상자의 조합원 자격이 회복된다”는 내용으로 사업을 다시 추진한 사례가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비조합원이었던 현금청산자의 투표 참여가 사업계획의 효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조합원이 아니었던 자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절차적 하자를 구성하는지에 대해 심리하면서, 특정 사안에서는 비조합원의 투표를 포함하더라도 조합 의결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현금청산자의 지위가 한 번 확정되면 영원히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구조의 변경, 사업시행계획의 폐지·재인가 등으로 인해 다시 조합원 지위 회복 논의가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 여건 변화에 따라 과거에 이탈했던 현금청산자를 다시 조합원으로 포섭해 동의율을 확보하거나, 사업성을 재조정하려는 유인이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현금청산자 입장에서는 한 번 포기했던 분양기회를 특정 요건 아래에서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다시 사업비 부담, 분양가, 추가 분담금 등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조합이 정관이나 총회 결의를 통해 ‘사업계획 폐지 시 현금청산자의 조합원 자격 회복’을 정하는 경우, 그 법적 효력, 기존 청산계약과의 관계, 공법상 처분의 취소·철회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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