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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18] 도시정비사업에서 감정평가와 분담금 분쟁

2026-03-24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도시정비사업에서 감정평가와 분담금은 조합원의 부담과 이익을 최종적으로 확정짓는 핵심 변수이면서도, 전문성과 복잡성을 이유로 가장 자주 분쟁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체계상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는 종전 자산의 감정평가액, 종후 자산가액, 총 사업비라는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조합원 권리가액과 분담금이 산정되는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전제가 흔들리면 관리처분계획 전체의 형평성과 적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


실무에서는 통상 ‘권리가액 = 종전 자산평가액 × 비례율’이라는 구조가 사용되고, 다시 ‘비례율 = (종후 자산평가액 – 총 사업비) ÷ 종전 자산평가액’과 같은 방식으로 정해지는데, 결국 감정평가와 사업비 산정이 비례율을 통해 조합원 개개인의 분담금 수준을 좌우하게 된다.


감정평가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쟁점은 ‘언제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기준시점 문제이다.


도시정비법은 종전자산 평가의 기준시점을 원칙적으로 사업시행계획 인가 고시일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최초 사업시행계획 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사업이 장기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왜 지금 시세가 아니라 수년 전 가격을 기준으로 권리가액을 정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기 쉽지만, 대법원은 기준시점을 달리 인정할 경우 시점별로 조합원 간 형평성 문제와 분쟁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기준시점의 획일적 운용을 중시한다는 태도를 보여 준다.


다만 하급심 판결 중에는 세대수·용적률·공사비 등 사업시행계획이 ‘주요 부분에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 변경된 사업시행계획 인가 고시일을 새로운 기준시점으로 삼아 종전자산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본 사례도 존재한다.


이처럼 상급심은 기준일 고정에 무게를 두면서도, 하급심은 사업계획 변경의 실질성에 따라 기준시점 자체를 문제 삼는 논의를 시도하고 있어, 개별 사건에서는 사업시행계획 변경의 내용과 정도를 사실관계 차원에서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둘러싼 다툼에서 법원이 취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감정평가를 전문적·기술적 판단의 영역으로 존중한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사가 통상적인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고, 비교사례 선정과 시점수정, 지역·개별요인 보정, 개발이익 반영 여부 등 핵심 판단 근거를 평가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한 경우, 단지 “시세보다 낮다”, “인근 거래사례와 체감상 다르다”는 정도의 주장만으로 평가 자체의 위법·부당성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 또는 감정평가사가 특정 조합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선택했다는 정황, 개발이익 반영 여부에 관한 법령·실무기준을 명백히 오인한 사례, 구역 외 저가 거래만을 비교사례로 삼는 등 객관적으로 현저히 부적절한 방법이 사용된 경우에는 감정평가의 전제를 문제 삼아 위법성을 주장할 여지가 커진다.


예컨대 재건축 구역 내 비참가자의 토지·건물에 대해서는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취지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현상 유지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했다면 이는 평가방법의 중대한 위반으로서 관리처분계획의 위법 사유가 될 수 있다.


분담금 산정 단계에서는 감정평가 결과 뿐만아니라 사업비의 구성과 배분 구조가 본격적으로 문제 된다.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비의 기본 부담 주체를 사업시행자로 규정하면서도, 조합 정관과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조합원별 분담 구조와 청산 기준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조합은 종전 평가액과 비례율, 조합원별 분양 평형과 동·호수 배정, 일반분양가, 초과이익환수 부담, 기부채납·임대주택 공급 의무 등을 종합하여 조합원별 추가분담금 또는 청산금을 확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비 항목에 조합 운영비, 이주비 이자, 각종 용역비 등이 과도하게 계상되거나, 특정 조합원 집단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비용과 이익을 배분하는 경우 분담금 분쟁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분쟁에서 대표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비례율 산정의 공정성이다. 총 사업비에 포함된 항목이 법령과 정관, 총회 결의에 근거하여 적정하게 계상되었는지, 조합 집행부의 과도한 운영비·홍보비·자문비 등이 포함되어 조합원들에게 전가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검증이 핵심이다.


둘째, 조합원 그룹 간 부담 전가 문제이다. 예컨대 상가 조합원과 아파트 조합원, 종전 면적이 큰 조합원과 작은 조합원, 조기 이주자와 장기 거주자 등 유형별로 임대주택·기부채납 부담이나 초과이익환수 부담을 어떻게 나누었는지에 따라 형평성 논쟁이 발생한다.


셋째, 특정 조합원에 대한 우대 또는 차별이다. 일부 조합원에게는 유리한 평형 배정과 분양가 할인, 무이자 중도금 등 혜택을 제공하면서 그 부담을 다른 조합원에게 전가하였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이자 조합원 평등 원칙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


입법 측면에서도 분담금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개정 도시정비법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토지등소유자별’ 구체 금액이 아니라 ‘토지등소유자 유형별’ 분담금 추산액과 그 산출근거를 포함하도록 요구해, 토지등소유자가 사업 초기에 유형별 부담 구조와 대략적인 수준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분담금 문제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직전의 단기 쟁점이 아니라, 정비계획 단계부터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전제로, 초기 단계의 정보 제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후속 분쟁을 예방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소송 형태로 보면, 감정평가와 분담금 관련 쟁점은 개별 금액을 따로 떼어 다투기보다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처분 취소소송의 형태로 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리처분계획은 분양대상자 선정, 평형 배정, 권리가액·분담금·청산금 산정 등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된 일체의 처분이라는 점에서, 법원은 원칙적으로 전반적인 적법성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다만 일부 판결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중 분양대상자 선정 부분이나 특정 평형 배정 부분 등 독립 가능한 부분에 한해 일부 취소를 인정한 사례도 있어, 사건의 구조에 따라 청구 범위와 취소 효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된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종전자산 평가액, 비례율, 사업비 구성, 분양가 산정, 조합원 간 형평성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감정가가 낮다”는 차원의 불만을 넘어 관리처분계획 전체의 전제와 구조를 짚어 “절차·방법의 중대한 하자”와 “형평성 위반에 따른 재량권 일탈·남용”을 중심으로 쟁점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분쟁 예방과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합원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훨씬 더 능동적이다. 감정평가 단계에서부터 조합과 감정평가사에게 평가 기준, 비교사례, 시점 기준, 개발이익 반영 여부 등에 관한 설명과 자료제공을 요구하고, 이의제기 내용을 서면과 회의록에 남겨 두는 것이 이후 소송 단계에서 중요한 증거가 된다.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이 예정돼 있거나 이미 이뤄진 경우에는, 세대수·용적률·공사비·일반분양가 등 주요 요소의 변화가 ‘실질적인 변경’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여 기준시점 변경을 주장할 여지가 있는지 미리 판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리처분계획 총회에 앞서서는 조합이 제공하는 설명자료뿐 아니라, 비례율 산정표, 사업비 세부 내역, 회계자료, 정관·규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어느 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지, 특정 조합원에게 특혜가 부여된 것은 아닌지 구체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정비사업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과 제도 환경, 조합 집행부의 구성까지 모두 변동하기 때문에, 한 번의 감정평가와 한 번의 관리처분계획이 조합원 재산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의 손익을 훨씬 넘어선다.


감정평가를 단순한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 권리구조와 분담 구조를 규정하는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초기 단계부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조합 내부의 토론, 외부 전문가의 법률 자문을 병행하는 것만이 향후 분담금 분쟁을 최소화하고 합리적 부담 구조를 설계하는 현실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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