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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휴게시간 사고…산재 판단 기준은
2026-03-16
사진 :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근로자가 점심시간에 집으로 돌아가 식사를 마친 뒤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해당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가 법정에서 다뤄졌다.
휴게시간 중 발생한 사고라는 점, 그리고 사업장 밖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최초 판단에서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의 식사와 이동이 사업장의 운영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2006년 3월 9일 선고한 2004두6549 판결에서, 점심시간에 자택에서 식사를 하고 사업장으로 돌아오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휴게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행위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며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출발점은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의 사고였다. 해당 사업장에는 구내식당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일부 근로자들은 점심시간마다 인근 자택에 들러 식사를 하고 다시 사업장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점심을 해결해 왔다. 이러한 방식은 사업주의 승낙 아래 장기간 이어져 온 관행이었다.
망인 역시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점심시간에 자택으로 이동해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뒤 다시 근무지로 돌아가던 과정에서 자택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도로에서 넘어졌고, 이 사고로 심각한 두부 손상을 입었다. 이후 치료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은 해당 사고가 업무와 관련된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사고가 휴게시간 중 발생했을 뿐 아니라 사업장 밖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점을 이유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처분을 내렸다.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에서 원심 역시 공단의 판단을 유지했다. 원심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휴게시간 중 재해의 요건을 근거로 들었다. 시행규칙은 휴게시간 중 발생한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가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점을 중시해 업무상 재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먼저 휴게시간과 사업주의 지배·관리 관계에 대한 기존 판례의 기준을 다시 정리했다. 휴게시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시간에 이루어지는 행위는 통상적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본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휴게시간 중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업무 수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거나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합리적이고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근로자의 생리적 필요에 따른 행위나 업무 수행을 위해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활동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사업장의 운영 구조와 실제 근로 형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업장에는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내식당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근로자들은 외부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일부 근로자들은 인근 자택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사업장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점심시간을 보내 왔다.
이러한 방식은 사업주의 승낙 아래 이루어졌으며 일정 기간 반복되면서 사실상 하나의 근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망인의 자택 역시 사업장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가까운 거리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망인이 점심시간에 자택으로 이동해 식사를 하고 다시 사업장으로 복귀하는 행위는 단순한 개인적 외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내식당이 없는 사업장의 구조와 근로자들의 식사 방식, 그리고 사업주의 허용이 결합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는 점이 고려됐다.
특히 망인이 사고를 당한 시점이 식사를 마치고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과정이었고, 이동 경로 역시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통상적인 길이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이동 과정 전체가 근로관계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결국 망인의 자택 식사와 복귀 이동이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이고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며, 그 과정 역시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함께 문제 된 시행규칙의 ‘사업장 내’ 요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별도의 판단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규정이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 성격을 갖는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법률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직접 제한하는 효력을 가진 규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따라서 법률이 정한 업무상 재해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시행규칙에서 정한 장소 요건만을 이유로 보호 범위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위 규범이 법률의 취지나 보호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판결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전제로, 개별 사건에서 재해의 업무 관련성은 구체적인 근로관계와 사업장의 운영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이후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절차를 거쳤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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