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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26] 전세사기·갭투자 유형과 사전 예방 전략
2026-05-18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전세사기와 갭투자는 이제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거시장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은 현상이다. 전세보증금을 한 번에 잃으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후 구제보다는 계약 전·중·후 단계별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우선 전세사기와 갭투기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통상 전세사기라 함은 임대인이나 브로커가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과 제도를 악용해 보증금을 편취하거나 회수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로 내모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명시적으로 형법상 사기죄의 모든 구성요건을 갖추지 않더라도 선순위 담보, 세금, 기존 임차보증금 등의 존재를 숨기거나 보증금 반환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해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 유형이다.
반면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의 차이, 이른바 ‘갭’을 활용해 적은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형태가 전형적이며, 그 자체로 당연히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보증금 반환 능력을 상실할 경우 전세사기로 비화하기 쉬운 구조를 내포한 투자 방식이다.
실무에서 가장 빈번히 문제 되는 전세사기 유형은 이른바 깡통전세라고 불리는 형태다. 매매가격이 하락했거나 애초에 과대 평가된 상태에서 선순위 근저당권과 체납세금 등을 모두 합산하면 주택의 실제 처분가액이 임차인의 보증금에 현저히 못 미치는 경우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임차인이 나중에 경매 등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려고 하더라도 선순위 담보권자와 국세·지방세 등 우선권자의 변제만으로 매각대금이 소진돼 후순위 임차인은 사실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가 전형이다. 깡통전세는 단순한 가격 변동의 결과로 자연 발생하기도 하나,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복적으로 끌어 쓰거나 갭투기를 통해 다수의 주택을 높은 레버리지로 보유한 상태에서 시장이 하락할 경우 대규모로 동시다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한 유형이다.
가짜 임대인과의 계약도 전세사기의 중요한 유형이다. 등기부상 소유자가 아닌 자가 임대인 행세를 하면서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편취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신분증이나 인감증명서를 위조하거나 과거 소유자의 서류를 도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공인중개사가 공모해 중개보조원이나 브로커에게 사실상 임대·계약 행위를 맡기면서 임차인에게는 정당한 권한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임차인은 계약 당시에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하다가 보증금 반환 시점에 진정한 소유자로부터 임대차계약을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들으면서 비로소 사기 피해를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중계약과 전입·확정일자 제도를 악용하는 수법도 빈번히 나타나는 전세사기의 한 형태이다. 하나의 주택에 대해 복수의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후순위 임차인에게는 선순위 임차인의 존재를 숨긴 채 추가 보증금을 수취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는 이미 선순위 임대차나 근저당권이 존재함에도 이를 축소·은폐한 채 “전입신고만 빨리 하면 가장 안전한 임차인이 된다”는 식으로 기망하는 수법이 활용된다. 나아가 임대인이 제3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몰래 허위 전출시키고 그 사이에 추가 대출을 실행하거나 다른 임차인과의 계약을 체결해 기존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시키는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갭투자와 결합된 전세사기의 경우 양상이 더욱 구조화되는 경향이 있다. 임대인이 다수의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후 시세 하락과 금리 상승 등으로 담보대출과 보증금 반환 의무를 동시에 감당하지 못하면서 다수의 임차인이 일시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사례에서는 갭투자를 빙자해 애초부터 전세보증금으로 매물을 매입한 뒤 일정 기간 버티다가 반환 시점에 법인을 파산시키거나 경매로 넘길 계획을 세우고 다수의 임차인을 모집하는 등 조직화된 사기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때 임대인은 매수 당시 자기자본 투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경매 후 잔여금이 없어도 실질 손실이 크지 않은 반면 임차인만 전 재산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상실하는 극단적 불균형이 초래되는 구조이다.
신탁부동산을 이용한 전세사기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부동산이 신탁회사에 이전·신탁된 상태에서 임대인이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임차인과 직접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신탁계약 내용에 따라서는 신탁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체결된 임대차가 무효로 다퉈질 여지가 있고, 이 경우 임차인은 자신이 납부한 보증금에 관해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다가구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여러 호실이 일괄 신탁된 상태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이 개별 호실의 신탁·담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악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세사기 및 갭투기형 전세사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 예방 전략은 크게 몇 가지 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축은 정보 비대칭의 해소이다. 계약 전 단계에서 등기부등본 열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절차이며, 갑구에서는 소유자와 가압류·가처분·압류 등 권리관계를, 을구에서는 근저당권·전세권·신탁등기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기존 임차보증금, 현재 매매 시세를 종합해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판단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와 ‘안심전세’ 앱 등을 활용하면 등기, 확정일자, 체납정보 등을 통합 조회하고 다가구주택의 위험도를 진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축은 공인중개사 활용과 그에 대한 검증이다. 임차인 입장에서 공인중개사는 전문성과 정보 접근력을 가진 파트너이지만 일부 중개사가 전세사기에 연루된 사례도 적지 않으므로 중개업소의 등록 여부와 영업정지·폐업 여부를 지자체나 협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개보조원이 아닌 등록 공인중개사가 직접 설명하고 서명하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공인중개사에게는 선순위 권리관계,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신탁·경매 진행 여부 등에 관해 확인·설명할 의무가 부과돼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가능하므로 임차인은 관련 자료와 설명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세 번째 축은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의 안전장치이다. 계약서에는 임대인, 보증금, 기간뿐 아니라 선순위 담보권과 기존 임차보증금, 체납세액 여부, 신탁원부 확인 여부 등을 명시하고, 이상이 발견될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특약을 구체적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 실무이다. 예를 들어 “잔금 지급일 현재 전입세대 열람내역과 등기부등본 상 권리관계에 중대한 변경이 있을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의 배액을 청구할 수 있다”와 같은 특약은 잔금 직전 임대인의 추가 대출 실행이나 선순위 권리 설정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월세를 사실상 전세처럼 포장하거나 보증금 일부를 임대인의 기존 채무 상환에 사용하면서도 이를 숨기는 행위에 대비하기 위해 보증금 지급 계좌는 반드시 임대인 명의로 하고 중개업자나 제3자 계좌로의 입금은 지양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방 조치이다.
네 번째 축은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적법하게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임차인은 실제 입주와 동시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만 경매 등에서 후순위 권리자에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최근에는 임대인이나 제3자가 임차인을 모르게 허위 전출신고를 하거나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 전에 서둘러 이사를 나가면서 대항력을 상실한 틈을 타 추가 담보 대출을 받는 사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보증금을 모두 반환받기 전까지는 목적물 점유, 주민등록, 확정일자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며, 임대인이 “다음 세입자를 위해 빨리 전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그 의도와 위험을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축은 각종 보증제도의 적극적 활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비롯한 보증기관들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를 폭넓게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임대인의 지급불능 상황에서 임차인이 직접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안전망이다. 다만 보증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 그 자체로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나 임대인의 신용 상태에 심각한 위험 신호가 있을 수 있으므로 “보증만 안 될 뿐 실거주에는 문제 없다”는 설명을 그대로 신뢰하기보다는 계약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안전한 대응이다. 일부 브로커가 보증료를 대신 내주겠다는 명목으로 임차인을 유인한 뒤 실제로는 보증 가입을 하지 않거나 허위 증서를 제시하는 사기도 보고되고 있으므로 보증 가입 여부와 증서는 반드시 보증기관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갭투기와 관련해서는 이를 단순히 투자자들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임차인의 관점에서 그 구조적 위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세가율이 높고 매매·전세 차이가 적은 지역일수록 소액 자기자본으로 진입한 투자자들이 다수의 주택을 보유할 유인이 커지고, 시장 하락이나 금융환경 악화 시점에는 동시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위험이 현저히 증대한다.
특히 신축 위주로 갭투자가 집중된 단지에서는 분양가가 고평가된 상태에서 전세가가 일시적으로 높게 형성됐다가 입주 후 전세 수요 감소와 함께 급락하는 현상이 빈번히 나타난다. 이때 임차인이 계약 당시 매매·전세 시세, 주변 공실률, 임대인의 보유 세대 수, 금융 레버리지 정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새 아파트니까 안전하다”는 막연한 믿음만을 근거로 전세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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