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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급금 반환의무와 보증보험 책임의 경계

2026-06-09


선급금보증보험을 둘러싼 분쟁에서 발주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보험증권만 확보하면 선급금 회수 위험이 사실상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급금반환 보증보험은 발주자의 모든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가 아니다.


대법원 2010다102960 판결은 선급금보증보험의 보장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보험금 지급 여부는 결국 주계약상 당사자의 귀책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선급금은 공사나 물품공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초기 자재 구입이나 인력·장비 투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발주자가 미리 지급하는 금원이다.


이는 장래의 계약 이행을 전제로 지급되는 만큼, 수급인이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계약이 해제·해지될 경우 발주자는 이미 지급한 선급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선급금반환 보증보험은 바로 이러한 반환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활용된다.


문제는 계약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을 때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선급금을 돌려받지 못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게 되지만, 보험자는 언제나 이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급금보증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면책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0다102960 판결은 이 조항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례다. 해당 사건에서 발주자는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선급금을 지급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선급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계약이 종료되자 발주자는 선급금 반환을 요구하면서 보험금 지급도 함께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자는 선급금 회수 불능의 원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발주자의 귀책사유에 기인했다며 면책을 주장했다.


대법원은 보험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판결은 선급금반환 보증보험의 보상 대상이 원칙적으로 수급인의 주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선급금 상당의 손해에 한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약관상 ‘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유’는 단순히 고의나 중대한 과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발주자가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선급금 정산 과정에서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확대시킨 경우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선급금보증보험의 본질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선급금보증보험은 수급인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담보하는 장치이지, 발주자의 모든 회수 위험을 보험자에게 이전하는 제도가 아니다. 다시 말해 발주자 스스로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해까지 보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무적으로도 이 판결이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발주자는 계약 체결 이후 이행 과정과 계약 해지, 정산 절차 전반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해지 사유의 존재, 절차의 적법성, 기성고 또는 납품 실적, 선급금 정산 내역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두지 못하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보험증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관리 의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수급인이나 보험자 입장에서는 발주자의 보험금 청구가 제기될 경우 단순히 계약 해지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전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발주자의 지연된 검수, 설계변경, 부당한 계약 운영 등 발주자 측 책임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자의 면책 또는 책임 제한 사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 2010다102960 판결은 선급금반환 보증보험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기본 원칙을 확인한 판결로 볼 수 있다. 보험은 수급인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보장하는 수단일 뿐이며, 계약 당사자 각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까지 대신해 주는 장치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계약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험금 지급 여부는 단순히 계약이 해지됐는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실무상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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