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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29] 권리금 회수와 임대인·임차인 간 분쟁

2026-06-16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권리금은 오랜 기간 우리 상가 임대차 실무에서 뿌리내린 관행이지만, 법제화된 지는 불과 몇 해 되지 않은 비교적 신생 개념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2015년 권리금 규정을 본격 도입하면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는 한편 임대인의 방해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의 분쟁은 줄지 않고 오히려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고, 특히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권리금 회수와 관련된 오해와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라는 제목으로,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신규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일정 기간 전부터 종료 시까지(현행 법상 통상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로 이해된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절하거나 지연하는 등으로 권리금 지급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단순히 임차인의 영업상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상가 거래 시장 전체의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입법적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권리금이란 통상 특정 상가에서 형성된 영업상 이점, 위치, 단골 손님, 인테리어 및 설비 등 무형·유형의 재산적 가치를 반영해 신규 임차인이 종전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일시금으로 정의된다. 과거에는 권리금의 개념과 범위가 판례와 관행을 통해 형성되어 다소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상가임대차법은 이에 법적 정의를 부여함으로써 권리금이 더 이상 ‘그림자 시장’의 대상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되는 재산적 가치임을 명확히 했다. 다만 권리금은 여전히 당사자 사이의 계약으로 형성되는 사적 가치이므로, 그 액수 산정이나 적정성에 관하여는 분쟁의 소지가 항상 존재한다.


권리금 회수 분쟁의 출발점은 대개 임대차의 종료 시점이다.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자신이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 영업 노하우, 단골 고객층 등을 고려해 일정한 권리금 회수를 기대하며 신규 임차인을 물색한다.


상가임대차법은 이러한 임차인의 기대를 일정 범위에서 보호하기 위해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거나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예컨대 임차인이 적정한 조건의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음에도, 임대인이 자신이 직접 운영하기 위해 사용하겠다거나, 임대료를 과도하게 인상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신규 임차인의 입점을 봉쇄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법원 역시 일련의 판결을 통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의 적용 범위와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구체화해 왔다. 먼저, 전체 임대차 기간 10년 또는 그 이상 경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여전히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권을 별개의 보호영역으로 본 것으로, 상가에서 장기간 영업을 해 온 임차인이라 하더라도 임대차 종료 시점의 권리금 회수 기회는 여전히 보호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 구체적인 권리금 계약이 사전에 체결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즉 상당한 개연성을 갖춘 권리금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임대인의 부당한 거절이나 방해 행위로 그 거래가 무산됐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이로써 임차인이 소송에서 입증해야 할 범위는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신규 임차인의 자력, 영업 의사, 구체적 협상 경과 등 사실관계에 대한 치밀한 입증은 필수적이다.


최근 판례는 손해배상채무의 성격과 이행기, 지연손해금 기산점에 대해서도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상가임대차법이 그 요건, 배상 범위, 소멸시효를 별도로 규정한 법정 책임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그 손해배상채무의 이행기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에 도래하고, 그 다음 날부터는 임대인이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임대차 종료 다음 날’로 명확히 했다. 이는 실무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연손해금 계산과 소멸시효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임차인·임대인 모두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언제까지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가 되는 행위를 열거하면서, 일정한 정당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권리금 요구, 현저히 낮은 신용도나 자력 부족으로 임대료 지급이 현저히 불안한 자, 인근 상권이나 건물의 용도·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업종 등은 임대인이 정당한 거절 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예외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며, 단순히 임대인의 주관적 불만족이나 추가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서에 ‘권리금은 일체 인정하지 않는다’,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에 관하여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식의 특약을 뒀다 하더라도, 그러한 특약이 상가임대차법이 정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을 전면 배제하는 취지라면 대부분 무효로 본다는 점이다. 상가임대차법은 강행규정의 성격을 갖는 부분이 적지 않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역시 임차인 보호를 위한 공법적·사회정책적 요소를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인이 계약 단계에서 ‘나중에 권리금 다 포기하는 조건이다’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그 특약은 효력을 부인당하고 법정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무적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계약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최초 임대차 계약 단계에서부터 추후 권리금 회수 절차와 임대인의 협력 의무, 신규 임차인 선정 기준 등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신규 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고, 임대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제시한 신규 임차인과 통상적인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는 식의 조항을 두어 분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권리금 평가 방식이나 권리금 양수도 절차에 관한 간단한 프로토콜을 마련해 두면,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대가 어느 정도 ‘계약상 보호된 이익’으로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무리한 권리금 인상을 유도하거나, 임차인이 어렵게 주선한 신규 임차인을 배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제3자를 들이기 위해 권리금 거래를 무산시키는 행위가 결국 고액의 손해배상청구와 사회적 비난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상가, 쇼핑몰, 복합 상업시설에 대해서도 권리금 보호 규제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고,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법률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려는 입법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동향은 권리금 분쟁에서 임차인 보호의 강도를 높이려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며, 임대인이 과거와 같은 ‘건물주 중심’의 관행에만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권리금 회수 분쟁은 결국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와 임차인의 영업상 이익 보호라는 두 가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상가임대차법은 이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임대인에게 일정한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예외 사유를 통해 임대인의 정당한 이익도 보호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 사건에서 어느 한쪽의 이익만을 절대시하기보다는, 계약 내용, 거래 관행, 주변 상권 상황, 신규 임차인의 자력과 업종, 권리금 액수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석·적용할 필요가 있다.


필자로서는 상가 임대차 관계의 장기적 안정과 상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권리금 회수와 관련된 법적 프레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초기 계약 단계부터 투명하고 공정한 협의를 통해 분쟁의 싹을 줄여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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