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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13]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분쟁의 쟁점

2026-02-09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분쟁은 대부분 ‘누가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이 얼마나 위험을 부담하기로 했는지, 그 위험이 실제로 어떻게 현실화됐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절차적·실체적 대응을 얼마나 치밀하게 해 두었는지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공사비 급등, 브랜드·마감재 수준, 공사기간 연장, 안전·환경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는 끊임없이 바뀌는데, 도급계약과 총회 결의, 각종 협약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법원은 “어느 쪽이 더 불쌍하냐”가 아니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과 민법, 정비사업 표준도급계약서, 조합 정관·규약에 비추어 절차와 요건을 충족했는지, 문서와 증거가 일관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분쟁의 1차 쟁점은 시공사 선정 및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드러난다. 조합은 통상 입찰공고–제안서 평가–총회 의결을 거쳐 시공사를 선정하고, 그 과정에서 가계약 또는 시공자 지위에 관한 예약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조합은 “아직 본계약이 아니니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인식으로 입찰보증금이나 기본설계비, 각종 마케팅 비용을 가볍게 취급하기도 하지만, 법원은 입찰 과정에서 제안서와 도급계약서 초안까지 오가고,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이 의결됐다면 이미 본계약에 준하는 예약채무가 형성됐다고 보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한 재건축조합 사건에서 법원은 가계약 체결 후 조합이 계약조건 변경을 반복 요구하다 일방적으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한 행위를 “정당한 이유 없이 예약에 따른 본계약 체결을 거절한 것”으로 평가해 시공사가 입찰 당시 납부한 대여금 30억 원뿐만 아니라 장래 시공이익 100억 원 상당까지 배상할 책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시공사 선정·가계약 단계에서도 조합의 자의적 태도는 곧바로 예약채무불이행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조합이 갑’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공사비 증액과 관련된 갈등은 최근 조합·시공사 분쟁에서 가장 전형적인 쟁점이다. 자재비·인건비·안전비용이 급등한 상황에서 시공사는 설계 변경, 법령 강화, 물가변동 등을 근거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조합은 초기 사업성·분담금을 근거로 이를 최대한 억제하려 한다.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착공 지연, 공사 중단, 도급계약 해제까지 언급하며 압박하는 한편, 조합이 조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면 ‘공사가 계속됐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기대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맞선다.

조합 입장에서는 인상된 공사비를 수용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도급계약 해지와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막대한 손해배상과 사업 지연·금융비용 부담이 뒤따르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 요구의 근거·범위·협상 경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따지며, 단순한 시장 호가나 막연한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하는 일방적 증액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설계변경·법령변경·물가급등 등 계약서에서 예정하거나 조정절차를 둔 사유가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는 조합에도 일정 부분 위험 분담을 요구하는 추세다.

최근 판례 동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조합의 시공계약 해지에 대한 법원의 시각이 예전만큼 관대하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조합이 공사비, 브랜드, 일정 등을 이유로 시공사 교체를 결의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면, 기존 시공사의 지위 확인 소송은 “더 이상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되는 경우가 많았고, 현실적으로도 기존 시공사가 끝까지 버티기보다는 일정 부분 합의 후 물러나는 관행이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사건들에서는 조합이 해제·해지를 주장하면서도 정비사업 도급계약서와 정관·규약이 정한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지, 해지를 위해 요구되는 사전 최고·시정 요구, 총회 의결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를 엄격히 심사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조합의 해제 통보 자체를 무효로 보고 시공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방배5구역 등에서 조합이 시공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뒤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법원은 절차적 하자와 해제 사유 부존재를 이유로 조합에 수십억~수백억 원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조합원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처럼 ‘총회에서 표결만 통과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며, 해제 사유의 존재뿐 아니라 조합원에게 해지로 인한 손실과 부담을 상세히 고지했는지, 의결 절차가 적법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계약·예약 단계 해지, 시공계약 해지·시공사 교체에 따라 양측의 손해배상 구조도 복잡해지고 있다.

시공사는 조합의 부당 해지를 주장하며, 입찰보증금·기본설계비·홍보비 등 이미 지출한 비용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공사를 수행했다면 얻었을 시공이익’을 손해로 산정해 청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대로 조합은 시공사의 선행 귀책, 즉 공사비 과다 인상 요구, 착공 지연, 안전·품질 문제, 도정법 및 정관 위반 등을 들어 도급계약 해제권 행사를 주장하고, 지체상금·추가 금융비용·브랜드 변경에 따른 손실 등을 손해로 산정해 맞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기대이익의 인정 범위와 산정 기준이다. 시공사는 통상 도급금액 중 일정 비율을 공사이익으로 산정해 수백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지만, 법원은 실제 분양가·원가 구조·시장 상황, 시공사의 과실 여부 등을 종합해 일부만 인정하거나, 아예 기대이익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조합 입장에서는 단순히 ‘과도한 요구’라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사업성 분석자료·금융비용·대체 시공사 조건 등을 근거로 손해 산정에 대한 반박 논리를 정교하게 준비해야 하고, 시공사 역시 막연한 이익률이 아닌 구체적 원가·수익 구조에 기반한 손해 산정이 필요하다.

시공사 선정·변경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도 분쟁의 고정 쟁점이다.

도시정비법과 국토교통부 지침, 각 조합의 정관·규약은 시공사 선정·해지를 위한 총회 소집 요건, 의결 정족수, 서면결의 허용 범위, 대의원회 위임 범위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조합 집행부나 일부 대의원이 서면 동의서·위임장 관리, 의안 상정 과정에서 편의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를 둘러싼 조합원 및 시공사의 가처분·본안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시공사 선정 계획을 의결한 대의원회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그에 근거한 입찰·선정 자체가 무효라고 다투는 가처분 사건, 조합의 시공사 선정·해지 결의가 정관상 의결 정족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이러한 사건에서 도시정비법상 등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자문 여부, 추진위원회·조합 설립·변경 인가의 적법성, 관할 행정청의 감독·인가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형식적 요건의 흠결이 조합원 의사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결의의 효력을 가른다.

결국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는 사업성을 둘러싼 실질적 이해관계를 떠나, 형식적·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구조로 가고 있고, 이 과정에서 법원의 법리도 점차 세분화·엄격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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