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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16]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임대차관계 정리 문제

2026-03-10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임대차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는 실제 현장에서 가장 자주 분쟁이 발생하는 쟁점 중 하나이다. 조합, 종전 소유자(임대인), 세입자(임차인) 모두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대법원 판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구조를 정확히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우선 관리처분계획의 법적 성격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종전 토지·건축물에 대한 권리를 분양받을 새 아파트·상가 등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종전 물권·채권 관계를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일종의 집단적 권리변경계획으로 이해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있으면 종전 건물은 철거를 전제로 더 이상 사용·수익할 수 없는 대상으로 기능이 전환되고, 이에 맞추어 임대차 등 용익관계도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리의 출발점이다.


임대차계약의 본질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데 있다. 재개발·재건축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해 곧바로 이 의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시행인가 고시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전까지는 정비구역 내 건물을 사용하는 데 별다른 법적 제한이 없으므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기존과 같이 임대차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이 구간에서는 공사·철거가 개시되기 전이므로, 외형상으로도 임차인의 거주·영업이 가능하고, 임대인 또한 건물의 사용·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시점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이루어지면 종전 건물은 이전고시 전 철거를 전제로 한 이주 대상이 되고, 사업시행자는 세입자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청구를 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더 이상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다.


이때 임차인은 임차권의 설정 목적(거주·영업)을 달성할 수 없게 됐으므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즉, 보증금 반환의 상대방이 단순히 종전 임대인이 아니라 사업시행자인 조합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와 임차인의 해지·보증금 청구 가능 시기의 관계이다. 전형적으로는 인가·고시 후에야 비로소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 달성 불능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조합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고시 이전이라 하더라도 정비사업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자에 의한 이주절차가 개시돼 실제로 이주가 이루어지는 등, 사회 통념상 임차인에게 임대차관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해지를 허용하고 조합을 상대로 한 보증금 청구도 인정될 수 있다. 조합의 공식적인 이주 안내문 발송, 이주비 지원 집행, 철거 일정 공지 등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임대인의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임대차 종료·갱신 거절 가능 여부이다. 단순히 사업시행인가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인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갱신거절 사유인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의 철거·재건축을 위한 점유 회복 필요’를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태도이다.


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건물의 철거가 구체적으로 예정되고 정비사업이 실제 이행 단계에 들어가므로, 임대인은 원활한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갱신거절 사유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와 연결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역시 이러한 갱신거절 사유가 인정돼야 비로소 면제되므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여부는 권리금 분쟁과도 긴밀히 연동되는 핵심 변수이다.


세입자의 지위와 보상 문제 역시 관리처분계획 이후 임대차 정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주거용 세입자의 주거이전비, 이사비, 이주정착금 등 일정한 생활보상 제도를 두고 있고, 구체적인 금액과 요건은 하위 법령과 각 지자체 조례,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에 의해 정해진다.


판례는 조합원은 개발이익을 누리는 사업의 이해관계인이므로, 다른 주택에 세입자로 거주하더라도 세입자 보호를 위한 사회보장적 성격의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자로 볼 수 없다고 해 조합원의 이중적 지위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다. 반면 정비구역 내 순수 세입자는 요건을 충족하는 한 주거이전비 등 보상 대상이 되며, 실제 재판에서는 거주 사실과 가구원 수, 실제 이주 여부 등을 중심으로 보상금 지급 여부가 개별적으로 심리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임대차관계 정리 과정에서는 실무상 몇 가지 반복되는 패턴이 존재한다.


첫째,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일정 기간을 이주기간으로 설정하고, 이주 안내문을 발송하며, 이주비 대출, 이사비 지급 등을 병행하면서 세입자 이주를 유도하는 경우이다.


둘째, 종전 소유자와 세입자 사이에서는 임대차 종료 합의, 조기 명도·보증금 정산, 시설비·권리금 문제에 대한 별도 합의 등의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조합이나 소유자는 명도소송을,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청구, 손실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고, 이때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여부, 이주절차 진행 정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 이행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다.


상가 임대차의 경우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적용되므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고 권리금 보호의무에서 면제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있고 그 계획에 따라 건물 철거가 현실화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기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갱신거절이 가능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정비구역 지정이나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아직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갱신거절 사유 인정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업 단계별로 구분한 임대차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세입자 보호의 관점에서 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권리와 의무의 전환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가 전에는 원칙적으로 종전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며 계약을 유지하는 구조이고, 임대차 종료·보증금 반환 역시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인가·고시가 이뤄진 이후에는 임차권의 목적 달성 불능이라는 사정을 근거로 조합에 대한 보증금 반환청구가 가능해지고, 동시에 조합은 세입자를 상대로 명도청구를 통해 사업 수행을 본격화할 수 있다. 이때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 주거이전비·이사비 등 손실보상, 영업시설·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세입자 보호를 전제로 하면서도,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일정 시점 이후에는 종전 사용·수익 관계를 신속히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판례는 이러한 입법 취지를 반영해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를 임대차관계 정리의 분수령으로 삼으면서도, 실제 이주절차가 시작되어 임차인에게 계약 유지를 사실상 강요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고시 이전이라도 예외적으로 임차인의 조기 해지·보증금 청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결국 실무가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사업의 단계, 관리처분계획의 구체적 내용, 이주 안내 및 보상 계획, 각 당사자의 지위(조합원인지, 순수 세입자인지 등)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어느 시점에 누구를 상대로 어떤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지 명확히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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