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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만기’보다 중요한 판단 시점
2026-02-02
사진 :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건설 하도급 거래에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과 어음 만기일을 둘러싼 분쟁은 반복돼 왔다. 쟁점은 보증기간이 지난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경우에도 보증기관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수급사업자 보호를 기준으로 해석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다11560)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건설 하도급에서 원사업자의 부도나 자금난으로 수급사업자가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제도를 두고 있다.
원사업자가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으면,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을 상대로 직접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보증서에는 통상 보증기간이 정해지며, 대금 지급수단으로 어음이 사용되는 경우 보증기간과 어음 만기일의 관계가 분쟁의 원인이 돼 왔다.
문제가 된 사건에서 원사업자는 하도급공사를 도급하면서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았다. 보증기간은 특정 기일까지로 한정돼 있었다.
후 하도급대금의 약정 지급기일이 도래했으나 원사업자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행지체 상태에 놓였다. 그 뒤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약속어음을 교부했는데, 해당 어음의 만기일은 보증기간이 경과한 이후로 기재돼 있었다.
보증기관은 약관을 근거로 책임을 부인했다. 약관에는 하도급대금의 이행기 또는 어음 만기일이 보증기간 내에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있었고, 문제 된 어음은 만기가 보증기간 이후이므로 보증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쟁점은 이미 보증기간 내에 하도급대금 지급기일이 도래했고 미지급 상태가 발생한 이후, 변제수단으로 보증기간 이후 만기의 어음을 교부한 경우까지 보증책임에 포함되는지 여부로 압축됐다.
대법원은 먼저 어음 교부의 법적 성격을 분명히 했다. 어음법의 일반 원칙에 따르면, 약속어음의 교부만으로 원인채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약속어음은 기존 하도급대금채권의 지급수단에 불과하며, 원사업자는 여전히 하도급대금 채무를 부담한다.
기존 채무의 변제기보다 늦은 만기의 어음을 수령한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내부적 관계에 해당할 뿐 제3자인 보증기관의 책임 범위를 축소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지급보증약관의 해석과 관련해,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은 하도급계약에서 약정된 대금 지급의무를 담보하는 제도이며, 보증기간 내에 약정 지급기일이 도래했음에도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보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후 원사업자가 변제수단으로 만기가 보증기간을 넘는 어음을 교부했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보증기관의 책임이 소멸하거나 면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약관에 기재된 ‘하도급대금의 지급기일 또는 어음 만기일이 보증기간 내에 있어야 한다’는 문구 역시 보증사고 자체가 보증기간 내에 발생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뿐, 보증사고 발생 이후 교부된 어음의 만기일이 보증기간을 초과한다는 사정만으로 보증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정리했다.
이 판결은 하도급법의 입법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가 공사대금을 제때 전액 회수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금 지급수단으로 어음이 사용되는 현실을 고려해, 수급사업자가 실제로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점까지 보증의 효력이 미치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보증기간 내 하도급대금 지급기일 도래 여부와 그 시점의 미지급 상태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이후 어음 발행이나 지급수단 변경은 이미 발생한 보증사고를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0다11560 판결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기준을 명확히 한 사례로 남아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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