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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달계약의 대지급과 제3채무자의 특정
2026-05-13
사진 :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조달청이 체결하는 조달물자구매계약에서 실제 대금지급의무를 누가 부담하는지는 강제집행 실무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특히 채권압류·전부명령 과정에서는 국가인 조달청과 수요기관 지방자치단체 중 누구를 제3채무자로 특정해야 하는지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 2009다56160 판결은 조달계약상 ‘대지급’ 방식의 법적 의미와 대금지급의무의 귀속 주체를 명확히 정리한 판례다.
사건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물자의 구매를 조달청에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조달청은 공급업체와 조달물자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지급방식은 ‘대지급’으로 정해졌다.
이후 공급업체의 일반채권자는 조달계약상 대금채권을 압류·전부받은 뒤,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전부금 청구를 제기했다. 쟁점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달계약상 직접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였다.
원심은 조달계약의 당사자를 조달청과 공급업체로 판단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계약의 이익을 받는 수익자에 불과할 뿐 직접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전부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달계약을 민법상 제3자를 위한 계약 구조로 봤다. 계약당사자는 조달청과 공급업체이고, 지방자치단체는 계약상 이익을 받는 제3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금지급의무 역시 계약당사자인 조달청이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대지급’ 방식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실무에서는 조달청이 단순히 수요기관을 대신해 지급 절차만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지급 방식이 선택된 경우 조달청은 단순 지급대행기관이 아니라 직접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채무자라고 봤다.
즉 조달청이 사후적으로 수요기관과 예산을 정산하더라도, 외부 법률관계에서의 채무자는 여전히 조달청이라는 의미다.
이 판결은 실무상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조달청이 계약당사자이고 지급방식이 대지급이라면, 채권자는 국가인 조달청을 제3채무자로 특정해야 한다. 반대로 계약서상 수요기관과 업체가 직접 계약당사자로 기재돼 있다면 수요기관이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결국 “조달청을 통해 발주됐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계약서상 당사자 표시와 지급방식, 관련 조달지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집행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대법원 2009다56160 판결은 조달계약에서 실제 대금지급의무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계약 구조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례로 평가된다. 조달·건설 분야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계약당사자와 지급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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