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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25] 중개사고, 중개업자와 당사자의 책임 범위

2026-05-11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공인중개사법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공제제도까지 두고 있다. 다만 공제계약은 어디까지나 중개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장치일 뿐, 책임의 성립과 범위를 확대·축소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결국 민법상 위임·불법행위 일반원칙과 공인중개사법상 확인·설명의무 규정을 종합해 중개업자의 과실 유무와 손해배상범위를 판단하게 된다.


대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관계를 민법상 위임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할 의무를 진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해 주는 수준을 넘어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와 거래 안전에 관하여 통상 기대되는 정도의 조사·확인과 설명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중개업자가 스스로 알고 있거나 통상적인 방법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항, 그 정보가 계약 체결 여부나 조건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인정된다.


그러나 중개업자의 의무가 무한정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임차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중개업자에게 감정평가인처럼 전문적인 시세 감정까지 요구할 수는 없으나, 의뢰인이 시세에 관해 문의하는 경우 중개업자가 업무를 수행하며 이미 인지했거나 통상적인 조사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성실하게 시세를 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개업자가 시세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전달하고, 의뢰인이 이를 신뢰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이처럼 대법원은 중개업자가 부담하는 조사·설명의무의 내용과 그 한계를 거래의 성격, 정보의 접근 가능성, 위험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사안마다 구체화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관계와 공시되지 아니한 권리사항 등을 확인·설명하는 의무를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다가구주택 일부에 대한 임대차와 같이 임차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문제되는 거래에서 그 의무의 내용이 더욱 강화된다.


대법원은 다가구주택의 일부에 대한 임대차를 중개하는 경우, 중개업자가 등기부상의 권리관계를 확인·설명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미 거주하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계약 기간, 확정일자 등 보증금 반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자료를 임대인에게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후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임대인이 이와 같은 자료제공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그 사실 자체를 ‘공시되지 아니한 권리사항’으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해 교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이러한 판시 취지는,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가 단순한 서류열람을 넘어 실질적으로 거래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보 요구와 그 결과의 문서화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개사고의 책임 범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거래 당사자의 자기책임, 즉 과실상계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책임에 있어 피해자에게도 손해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민법상 과실상계의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고, 이는 부동산 중개사고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목할 점은 중개보조원이 업무와 관련해 거래당사자인 피해자에게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안에서도, 그 보조원을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가 사용자의 지위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면 여전히 과실상계가 허용된다고 본 최근 대법원 판결의 태도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면서 동시에 과실상계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지만, 가해자를 고용한 자에게 사용자책임을 묻는 관계에서는 그러한 제한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면서, 이 경우에도 피해자의 자기보호의무 위반 정도에 따라 책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시했다.


실무례에서도 임차인이 자신의 보증금 보호를 위하여 등기부등본 열람, 확정일자 조회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중개업자의 책임이 20~30% 수준으로 제한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한 사건에서 법원은 공인중개사가 임대차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관한 위험요소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임차인 역시 등기부를 직접 확인하거나 관공서에 확정일자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등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개업자의 책임을 손해액의 30%로 제한했다.


또 다른 판례에서는 중개보조원이 임차인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한 사안에서, 보조원을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일정한 부주의가 있었음을 이유로 상당한 폭의 과실상계를 한 바 있다. 이러한 경향은 중개업자의 선관주의의무와 거래당사자의 자기책임 원칙 사이의 균형을 모색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중개사고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중개업자 내부에서의 책임 분담, 즉 개업공인중개사와 소속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 사이의 책임 범위다.


최근 실무에서는 거래에 직접 관여한 소속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에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을 직접 묻는 청구가 병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은 개업공인중개사에게 반드시 소속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과 동일하거나 더 무거운 책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각자의 행위와 과실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중개사무소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누구의 과실이 중개사고의 원인이 됐는지, 지휘·감독 체계는 어떻게 돼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 책임을 안분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개업자와 거래당사자의 책임 범위에 대해 보다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래 과정에서 위험이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지를 단계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개업자는 거래의 구조를 설계·안내하고, 법률적·사실적 정보를 수집·가공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일반 거래당사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위험요소를 포착해 경고할 책임을 진다. 그 대신 거래당사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약의 목적, 가격, 시기 등을 스스로 결정할 권한과 책임을 가지며, 기본적인 서류 확인이나 금융 계획 수립 등 본인의 경제적 이해에 직결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기 점검을 수행해야 한다.


법원은 이와 같은 역할 분담을 전제로, 중개업자의 설명의무 위반이 없었다면 통상적인 주의력을 가진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다른 조건으로 계약했을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자신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실비율을 산정하게 된다.


적지 않은 분쟁에서 거래당사자들은 ‘모든 것을 공인중개사가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사실상 전적인 책임을 중개업자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판례의 흐름은 중개업자의 선관주의의무를 엄격하게 인정하는 동시에, 거래당사자의 기본적인 자기보호의무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 나아가 공인중개사법상 확인·설명의무의 내용이 구체화될수록, 그 의무 범위를 벗어나는 특별한 위험에 대해서는 전문자문을 구하거나 추가 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당사자에게 보다 큰 자기책임이 부과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중개사고에 관한 책임 범위를 둘러싼 분쟁은, 단순히 “중개사가 얼마나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당사자가 스스로를 얼마나 보호하려고 노력했는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공인중개사에게 요구되는 대응 방식도 이러한 판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우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충실한 작성과 보관은 더 이상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향후 분쟁에서 자신의 선관주의 이행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주택, 신탁부동산, 권리관계가 복잡한 상가건물 등 위험도가 높은 대상물에 대해서는 등기부 열람에 그치지 말고, 기존 임차인의 현황, 보증금·우선변제권 구조, 신탁수익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 정보를 확보한 뒤 그 내용과 자료요구 경과를 문서로 남겨야 한다.


또한 의뢰인이 문의하거나 우려를 표시한 사항에 대해서는, ‘중개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성급히 선을 긋기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와 그렇지 못한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이나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편 거래당사자, 특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기본적인 확인 행위를 스스로 수행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등기부등본 열람,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선순위 권리자의 존재 여부, 임대인의 신용상태 등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와 비용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들이다.


법원은 이러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채 ‘중개사가 괜찮다고 했다’는 점만을 근거로 책임을 모두 전가하려는 경우, 일정한 수준의 과실상계를 통해 피해자의 손해를 스스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거래 안전을 중개업자에게만 맡겨놓기보다는, 각 당사자가 자신의 책임 하에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다하도록 유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도 크다.


결국 중개사고에서 중개업자와 당사자의 책임 범위는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중개업자의 선관주의의무 내용과 당사자의 자기보호의무 위반 정도를 축으로 개별 사안마다 섬세하게 조정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에게는 보다 적극적이고 문서화된 확인·설명 행위를 통해 자신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거래당사자에게는 기본적인 확인행위를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과도한 자기책임이 부과되는 상황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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