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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급인 검수 대금지급의무, 검수 합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2026-07-22


도급계약에서는 '검수 합격 후 대금 지급' 조항이 흔히 사용된다. 실무에서는 이 조항을 이유로 도급인이 검수를 완료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잔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 2017다272486 판결은 검수 합격이 대금청구권의 발생 요건이 아니라 지급시기를 정한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판례이다.


민법상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의 보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일을 완성하면 발생한다. 목적물의 인도가 필요한 경우에는 인도와 동시에 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 인도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을 완성한 때 보수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따라서 검수 절차는 완성된 목적물이 계약 내용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 대금청구권 자체를 새롭게 발생시키는 요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2017다272486 사건에서도 계약서에는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해 합격하면 보수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도급인은 수급인이 시공한 배관이 계약 조건에 미달한다고 판단해 검수를 불합격 처리한 뒤 계약을 해제하고 잔금 지급을 거절했다. 반면 수급인은 공사의 주요 구조는 약정대로 시공됐고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성능도 갖췄으며, 최종 공정을 마치지 못한 것은 도급인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잔금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수급인이 계약에서 예정한 주요 공정을 사실상 완료했고 목적물도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춘 이상, 검수 합격 여부만을 이유로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계약서의 '검수 합격 후 지급' 조항은 대금청구권의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이 아니라 지급시기를 정한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도급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검수를 지연하거나 거부해 검수 합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수급인의 대금청구권은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수 절차를 이용해 잔금 지급을 장기간 미루거나 사실상 지급을 거부하는 관행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이 판결이 모든 경우에 검수 절차를 무의미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공사의 주요 구조가 계약 내용에 현저히 미달하거나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공사가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도급인의 잔금 지급 거절이 정당하게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실무에서는 검수 과정에서 발견된 경미한 하자와 공사의 미완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주요 공정이 완료되고 목적물이 정상적인 성능을 갖춘 경우라면 잔금은 지급하고, 경미한 하자에 대해서는 하자보수나 손해배상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부합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도 검수 조항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검수 기간, 검수 방법, 이의제기 절차, 검수가 지연될 경우의 법적 효과 등을 함께 정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외주 개발, 설비 제작, 인테리어, 제조·납품 계약 등 검수 절차가 포함되는 다양한 도급계약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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