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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법건설업 명의대여행위, 대법원이 밝힌 기수시기 판단 기준

2026-08-04

건설업 명의대여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다. 다만 형사책임이 언제 완성되는지를 두고는 실무에서 꾸준히 논란이 이어져 왔다. 대법원 89도2173 판결은 명의대여 약정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명의를 빌린 사람이 실제 공사에 착수한 시점에 범죄가 기수에 이른다고 판단한 사례다.


건설업 등록제도는 일정한 기술력과 자본, 인력 등을 갖춘 사업자만 건설공사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명의를 대여하면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적법한 건설업자인 것처럼 공사를 수주하고 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건설시장 질서를 해칠 뿐 아니라 안전관리와 책임 소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대법원 89도2173 사건의 핵심은 명의대여죄가 언제 완성되는지에 있었다. 대법원은 명의를 빌려주기로 합의한 사실만으로는 범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명의를 빌린 사람이 해당 명의를 이용해 실제 공사에 착수했다면 그 시점에 범죄가 완성된다고 판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공사 착수는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공사를 준비하는 단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토목, 골조, 설비 등 공사가 시작돼 건설행위가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명의대여 약정이 있었더라도 공사가 개시되지 않았다면 기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이 판결은 공소시효와 증거관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명의대여 사건은 공사가 끝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실제 공사 착수 시점이 되므로, 수사기관은 현장일지와 공정표, 감리기록, 자재 반입 내역, 작업자 진술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착수 시기를 확인하게 된다.


공동정범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이 공사를 함께 진행하기로 공모했다면 공동정범이 문제될 수 있지만, 범죄가 완성되는 시점은 여전히 실제 공사가 시작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한 공사가 장기간 진행된다고 해서 범죄가 계속 새롭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공사 착수 시점에 이미 범죄가 완성되고, 이후 공사가 계속되는 것은 완성된 범죄의 상태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점을 기수로 보거나 공사 종료 시점까지 기수를 늦춰 해석하는 것은 판례의 취지와 다르다.


실무적으로는 명의대여 여부뿐 아니라 실제 공사가 언제 시작됐는지를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기관은 객관적인 공사 진행 자료를 통해 착수 시점을 특정해야 하고, 당사자 역시 그 시점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89도2173 판결은 건설업 명의대여죄의 기수시기를 명확히 제시한 사례다. 명의대여 약정 자체만으로는 범죄가 완성되지 않으며, 실제 공사 착수를 통해 건설산업기본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된 시점에 형사책임이 성립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로 평가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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