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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채권가압류 이후 돈은 어디로 가야 하나…변제공탁의 법적 효과
2026-08-20
채권가압류 결정이 송달되면 제3채무자는 난처한 위치에 놓인다.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하면 가압류의 효력을 침해할 수 있고, 그렇다고 지급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면 채무의 이행기가 지나 지체책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951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상황에서 제3채무자가 변제공탁을 통해 채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 사례다.
건설공사나 부동산 거래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공사대금이나 매매잔금,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에 가압류가 들어오는 경우다. 채권가압류에는 가압류채권자와 채무자, 제3채무자가 존재한다. 예컨대 수급인이 발주자에게 받을 공사대금에 수급인의 다른 채권자가 가압류를 하면 발주자가 제3채무자가 된다.
가압류 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가압류된 금액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가압류가 채무 자체를 없애거나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 93다951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 부분을 분명히 했다. 채권가압류는 제3채무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지급을 금지하는 효력이 있을 뿐 제3채무자의 채무 자체를 면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따라서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면 가압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3채무자가 당연히 이행지체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제3채무자에게는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가압류를 무시하고 채무자에게 직접 지급하면 향후 집행 과정에서 이중변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가압류를 이유로 지급을 계속 보류하면 채무자와의 관계에서 지연손해금 등 이행지체에 따른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해결 방법이 변제공탁이다. 대법원은 가압류로 인해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변제할 수 없는 경우 민법 제487조에 따른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가압류명령 때문에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면 제3채무자에게 직접 지급을 강제하거나 계속해서 지체책임을 부담시키는 대신 공탁을 통한 채무 이행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제3채무자가 적법하게 변제공탁을 하면 공탁한 범위에서 채무를 면할 수 있다. 채무자에게 직접 지급했다가 다시 지급해야 하는 위험을 피하면서 이행지체 문제도 함께 정리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고 변제공탁으로 가압류채권자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제3채무자가 가압류를 이유로 변제공탁을 한 경우 기존 가압류의 효력이 공탁금출급청구권에 존속한다고 판단했다.
가령 발주자가 수급인에게 지급할 공사대금 1억원에 수급인의 채권자가 가압류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발주자가 이행기에 1억원을 적법하게 공탁하면 발주자의 공사대금 지급채무는 공탁한 범위에서 소멸할 수 있다. 대신 가압류의 효력은 수급인이 갖게 되는 공탁금출급청구권으로 옮겨간다. 가압류의 대상이 공사대금채권에서 공탁금출급청구권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 구조에서는 제3채무자와 가압류채권자의 이해관계를 함께 보호할 수 있다. 제3채무자는 지급금지명령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채무를 처리할 수 있고, 가압류채권자는 공탁 이후에도 보전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가압류 결정이 송달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제3채무자가 실제로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지급해야 할 금액은 얼마인지, 이행기가 도래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공사대금처럼 기성고와 하자보수비, 상계, 직불합의 등이 얽혀 있다면 실제 채무액부터 확정할 필요가 있다.
가압류와 압류를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압류는 장래 강제집행을 위한 보전처분이고, 압류는 본집행 절차에 해당한다. 압류가 경합하거나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까지 내려진 경우에는 단순한 변제공탁이 아니라 민사집행법에 따른 집행공탁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여러 결정이 송달됐다면 결정의 종류와 송달 순서, 대상 채권의 범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건설공사에서는 공사대금에 대한 가압류가 들어왔다고 해서 발주자나 원도급인이 지급을 무기한 보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압류는 지급금지의 효력을 갖지만 원래의 공사대금채무까지 없애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제3채무자가 가압류 통지를 받았을 때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히 ‘지급해도 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채무의 존부와 액수, 이행기, 가압류 대상 범위, 다른 압류와의 경합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직접 지급과 변제공탁 가운데 적법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대법원 93다951 전원합의체 판결은 가압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제3채무자의 이행의무는 남아 있으며, 그 충돌을 변제공탁으로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법무법인(유한) 성지 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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