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의 언론보도를 확인하세요.
[내외경제TV]
[칼럼] 건축사 손해배상책임, 설계도면 하자와 책임 주체의 판단 기준
2026-09-14
설계도면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돼 공사가 멈췄다면 건축주는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까. 계약을 체결한 설계업체와 실제 도면을 작성한 건축사가 다르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대법원 2008다72776 판결은 계약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에서 건축주는 증축공사의 설계업무를 건축사 면허가 없는 회사에 맡겼고, 해당 회사는 다시 건축사사무소에 업무를 맡겼다. 실제 설계는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사이자 소속 건축사가 담당했다.
이후 납품된 설계도면에서 기존 건물 치수와의 오차를 비롯해 주차구역 길이와 지하층고 부족, 경사로 문제 등이 발생했다. 결국 공사 진행에 차질이 생겼고 건축주는 다른 건축사사무소에 보완설계를 의뢰하게 됐다.
문제는 건축주와 실제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 사이에 직접적인 설계계약이 있었는지였다. 착공신고 과정에서 건축주와 건축사사무소 명의의 계약서가 작성됐지만 대법원은 해당 문서가 설계도면 납품 이후 착공신고 편의를 위해 작성된 사정 등을 살폈다. 계약서의 외형만으로 직접적인 설계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렇다고 실제 설계업무를 수행한 건축사의 책임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건축사법상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와 업무상 고의 또는 과실로 건축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의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건축사’를 설계계약의 직접 당사자로 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건축사는 전문자격을 바탕으로 설계 등 법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한다. 실제 설계업무를 담당하면서 전문직업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건축주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건축사법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건축사법상 ‘건축사’와 건축법상 ‘설계자’를 구별했다. 실제 도면을 작성한 개인 건축사라고 해서 곧바로 건축법에서 정한 설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건축법상 설계자는 건축주나 시공자 등과 계약 또는 그 밖의 관계를 맺고 독립된 업무주체로서 설계업무를 담당하는 자를 의미한다. 설계도서가 관계법령에 맞지 않거나 현장 여건에 적합하지 않아 시공자가 적법하게 설계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이에 대응할 의무 역시 이러한 지위에 있는 설계자에게 부과된다.
따라서 건축주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개인 건축사에게 건축법상 설계자의 의무를 그대로 적용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설계를 담당했다는 사실과 건축법상 설계자에 해당한다는 것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건축사법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한 모든 손해를 건축사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건축사의 업무상 의무 위반과 고의 또는 과실, 건축주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해당 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돼야 한다.
대법원도 이 사건에서 보완설계도면이 실제 작성됐다는 사정을 별도로 살폈다. 건축사가 보완도면을 작성해 자신이 소속된 건축사사무소의 하도급자인 회사에 납품했는데 이후 건축주에게 전달되지 않은 원인이 다른 업체와 건축주 사이의 대금 분쟁에 있었다면, 그로 인한 손해까지 건축사의 업무상 의무 위반에 따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건축분쟁에서는 최초 설계의 오류와 보완설계, 도면 전달, 공사중단 및 공기 지연 등 각각의 단계에서 책임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계약서상 설계자가 누구인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설계를 누가 수행했는지, 각 당사자가 어떤 법적 지위에서 어떤 의무를 부담했는지, 해당 의무 위반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 2008다72776 판결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실제 설계업무를 담당한 건축사는 건축사법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지만, 건축법상 설계자에게 부과되는 의무까지 당연히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책임 역시 계약서의 형식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과 의무 위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각각 따져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법무법인(유한) 성지 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온라인 상담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