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의 언론보도를 확인하세요.
[내외경제TV]
[칼럼] 설계서 밖 ‘초과 폐기물’… 발주자의 책임 떠넘기기 제동
2026-04-22
사진 :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공공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 처리비용을 두고 발주자와 업체 간의 ‘책임 공방’에 종지부를 찍는 판결이 나왔다. 계약서에 명시된 독소 조항 뒤에 숨어 비용 부담을 회피하던 발주자의 관행이 법리에 의해 무효화되면서, 향후 공공공사 계약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건설폐기물법) 제5조 및 제15조는 발주자에게 건설폐기물 처리비용을 공사금액에 계상할 의무를 엄격히 부과하고 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는 폐기물 처리용역을 분리발주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는 적정 처리비용을 확보하여 부실 처리와 환경 사고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동시에 지방계약법 제6조는 계약상대방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을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개정령을 통해 이러한 부당특약은 ‘무효’임을 명시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예외와 원칙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대법원 2022다286212 판결은 이러한 경계를 선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피고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 신축공사를 발주하며 폐기물 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에는 “예상 물량을 초과해도 추가 비용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공사 과정에서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자, 발주자는 해당 특약을 근거로 대금 지급을 거부하며 책임을 시공사에게 전가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발주자의 책임을 ‘1차적·구조적 책임’으로 규정하며 기존 실무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재판부는 건설폐기물 처리비용에 대한 책임이 근본적으로 발주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발주자의 의무는 단순히 설계 당시의 ‘예상 물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한 ‘전체 물량’에 대한 비용을 공사금액에 반영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았다. 즉, 예측 실패의 책임을 업체에 떠넘기는 행위는 건설폐기물법상 계상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쟁점이 된 ‘초과 물량 부제소 특약’에 대해 법원은 단호했다. 계약 상대방의 법적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항은 지방계약법상 부당특약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특약이 있다 하더라도 발주자는 대금 지급 의무를 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판결은 건설폐기물 위반 문제가 단순한 민사적 다툼을 넘어, 발주자의 법적 의무 이행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대법원은 실제 공사 진행 과정에서의 대처뿐만 아니라, 계약 단계에서의 구조 설계 자체가 법령의 취지를 잠탈(탈법적으로 회피)했는지 여부를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았다.
실무적으로는 공사 계획 단계부터 ‘비용 계상의 적정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발주자는 설계 변경이나 물량 조정을 통해 현실적인 폐기물 처리비용을 반영해야 할 책임이 커졌고, 폐기물 업체나 시공사는 부당한 특약을 근거로 한 비용 전가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클레임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의 판례 흐름은 계약서상의 형식적인 문구보다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형평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폐기물 처리 방식이 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공공공사 계약 체결 이전 단계에서의 정밀한 법률 검토와 구조 설계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온라인 상담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