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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22] 개발행위허가·도시계획 변경 과정의 쟁점과 변호사의 역할
2026-04-22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 변호사의 첫 번째 역할은 ‘허가 전략의 설계자’다. 단순히 신청서 작성이나 서류 보완을 돕는 수준을 넘어, 해당 토지에 적용되는 용도지역·용도지구·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 지구단위계획·성장관리계획의 유무와 내용, 다른 개별 인·허가 의제 가능성 등을 종합해 전체 인·허가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자는 흔히 “이 땅에 공장·창고·물류센터가 가능한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변호사는 “현행 도시계획 체계 안에서 가능한 개발의 최대·최소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또 그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계획변경이 필요하다면 어느 단계에서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변호사는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 기준뿐 아니라, 환경·교통·재해·경관 등 다른 개별법 체계를 동시에 읽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두 번째 역할은 ‘허가기준 구체화 과정에 개입하는 법률가’다. 개발행위허가 기준에는 ‘주변 경관과의 조화’, ‘주변 토지이용실태와의 부합’, ‘환경오염의 우려 여부’ 등 불확정법 개념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때 행정청이 내부지침이나 선례를 토대로 자의적으로 기준을 운용하면, 사업자 간 형평성이 무너지고 분쟁이 빈발하게 된다. 변호사는 사전 자문 단계에서부터 유사사례, 해당 지자체의 기존 허가 사례, 상위·하위계획의 내용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이 사안에서 허가기준이 어떻게 해석·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의견서·법률검토 형식으로 제시하고, 행정청의 판단을 설득해 나가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단순히 민원인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에게도 재량행사의 합리적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소송에서 정책 판단이 존중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 변호사는 ‘복합 인·허가 체계를 조율하는 조정자’로서 기능한다. 대규모 개발행위허가에는 환경영향평가, 산지전용, 도로점용, 하천점용, 교통영향평가 등 여러 개별 인·허가가 의제 또는 병합 심사 방식으로 얽혀 들어간다. 각 인·허가마다 주무부처와 심사기준, 주민 의견청취 방식이 달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한다. 이때 변호사는 각 인·허가의 법적 요건과 심사 포인트를 사전에 정리하고, 어느 절차에서 어떤 쟁점이 집중적으로 불거질지, 그에 필요한 자료·전문가 의견·영향평가 내용은 무엇인지 ‘절차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법률적 조율이 미흡해 개발행위허가는 받았지만 환경·교통 측면에서 후행 인·허가가 막혀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변호사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의제·병합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도시계획 변경 국면에서는 변호사의 역할이 더 복합적이다. 먼저 사업자 측 변호사는 ‘계획변경의 필요성과 공익성’을 설득력 있는 언어로 재구성해야 한다. 도시·군관리계획 변경,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특정 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지역 교통·환경·경관·재정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이다.
따라서 변호사는 단순히 ‘사업성’ 논리를 반복하기보다는, 기존 계획의 한계, 인구·산업 구조 변화, 상위계획과의 정합성, 기반시설 확충 방안 등을 근거로 “왜 이 시점에, 이 방식의 계획변경이 필요한지”를 논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제출되는 의견서나 설명자료, 주민설명회에서의 질의응답 준비를 통해 구체화된다.
반대 측 주민이나 시민단체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그 반대편에 서서 ‘절차적 정당성’과 ‘실질적 영향 평가’를 점검한다. 도시계획 변경은 공람·공고, 주민 의견수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정보 제공의 시기·범위가 제한적이고, 의견제출이 형식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변호사는 공고·공람의 방식과 기간, 설명자료의 내용, 제출 의견에 대한 처리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집행정지·취소소송 등을 통해 행정계획 전체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역할을 담당한다. 나아가 교통·환경·일조·조망 등 생활 이익에 대한 침해가 어느 정도인지, 개별 주민의 주거·영업기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대한지 등을 전문가 의견과 결합해 정리함으로써, 법원이 행정계획에 대한 재량통제 범위를 넓게 인식하도록 돕는 기능도 수행한다.
이처럼 개발행위허가·도시계획 변경 분쟁에서 변호사는 양측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공통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고,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업자와 행정청 사이, 행정청과 주민 사이에는 항상 정보·전문성의 격차가 존재한다. 변호사는 복잡한 계획도면과 각종 보고서, 조례와 지침서, 회의록 등을 읽어내 이해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고, 이해관계인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민사·형사 사건과 달리, 토지이용·도시계획 분쟁에서 특히 중요한 직업윤리라고 할 수 있다.
소송절차 단계로 넘어가면 변호사는 ‘계획과 허가의 경계를 해명하는 해석자’가 된다. 개발행위허가 취소소송, 도시계획 변경 취소소송, 보상 관련 소송 등에서 핵심 쟁점은 허가가 어디까지 계획의 구속을 받아야 하는지, 계획이 어느 범위에서 개별 권리관계를 직접 규율하는지에 대한 이해에 달려 있다. 소송대리인은 개발행위허가가 단순한 개별 허가에 그치는지, 아니면 행정계획을 구체화하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지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재량심사 강도와 위법성 판단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작성되는 준비서면과 변론은 개별 사건의 승패를 넘어, 향후 유사 사안에서 행정청과 법원이 따라가게 될 해석의 방향을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
나아가 변호사는 ‘지역의 토지이용 규범을 공론화하는 해설자’로서 대외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언론 매체에 기고하는 칼럼, 지자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 주민설명회나 공청회에서의 발언 등을 통해 개발행위허가와 도시계획 변경의 기본 구조, 쟁점, 권리구제 수단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공공성 있는 법률 서비스이다. 개발과 보전, 사업성과 주민 삶의 질 사이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기에, 이 갈등을 폭발이 아니라 조정과 설계의 문제로 전환하는 데에는 법률가의 설명과 중재가 필요하다.
변호사가 현장의 언어로 제도를 설명할 때, 행정청도 무리한 재량행사를 자제하게 되고, 사업자와 주민도 각자의 권리와 한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개발행위허가·도시계획 변경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누구의 편을 드는가’라는 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물론 구체 사건에서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동시에 변호사는 절차의 공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법령·계획·실무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구조 설계자이기도 하다. 토지이용 규제가 정교해질수록 분쟁은 늘어나지만, 그 분쟁이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릴지, 아니면 제도를 더욱 투명하고 균형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는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가들이 어떤 태도로 사건을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개발현장의 이해관계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변호사가 이 점을 자각하고 역할을 수행할 때, 개발행위허가와 도시계획 변경 제도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도시공간을 만들어가는 공적 도구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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