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의 언론보도를 확인하세요.
[내외경제TV]
[칼럼] 인력 감축의 경계선…사업부 폐지와 정리해고 요건
2026-04-27
사진 :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기업이 일부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특정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장면은 산업 현장에서 반복돼 왔다. 조직 개편이라는 명목 아래 단행된 인력 감축이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갖는지는 노동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졌다. 대법원이 사업부 폐지와 해고의 관계를 다시 짚은 판결을 통해 그 판단 기준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2016두64876 판결에서 전선·통신·재료·중전기 사업을 병행하던 한 기업이 통신사업부를 폐지하며 해당 부서 소속 근로자 6명을 해고한 사안에 대해, 이를 통상해고가 아닌 정리해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쟁점은 특정 사업부의 폐지가 곧 사업 전체의 종료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회사 측은 통신사업부가 독립된 사업 단위였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부서 폐지에 따른 해고가 통상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은 여러 사업 부문을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이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경우 이를 사업 축소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명시했다. 전체 사업의 종료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즉 정리해고로 판단해야 하며 근로기준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예외 가능성도 함께 언급됐다. 일부 사업부의 폐지가 사실상 기업 전체의 폐지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통상해고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판단 기준으로는 사업부의 인적·물적 조직 독립성, 재무 및 회계의 분리 여부, 타 사업부와의 업무 호환성, 전환배치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해당 사건에서는 이러한 예외 요건이 인정되지 않았다. 각 사업부가 서로 다른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본사가 전체 경영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별도의 독립적 영업조직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제표 역시 사업부별로 분리되지 않고 법인 전체 기준으로 작성됐다.
사업부 간 인력 이동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고려됐다. 통신사업부 소속 일부 근로자가 다른 부서로 전환된 사례가 있었고, 전력선과 통신선의 제조 공정이 유사해 업무 수행의 호환성도 인정됐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통신사업부를 독립된 별도 사업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고의 성격을 정리해고로 규정한 이후,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른 요건 충족 여부를 개별적으로 검토했다.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라는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과 관련해 대법원은 특정 사업부의 손익이 아닌 법인 전체의 경영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에서 회사는 2014년 기준 약 351억9000만 원의 영업이익과 176억10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업부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2.4% 수준이었다. 해당 사업부의 부진이 기업 전체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이어졌다. 같은 해 기본급이 9.5% 인상된 점도 함께 고려됐다.
해고 회피 노력 역시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봤다. 노동조합이 제시한 교대조 개편과 임금 반납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회사는 기존 비상경영안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희망퇴직 과정에서도 3개월분 임금만 위로금으로 지급됐으며, 노동조합이 요구한 1년분 지급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전환배치와 관련해서도 제한적 조치에 그쳤다고 판단됐다. 일부 근로자만 다른 사업부로 이동됐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전환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이후 다른 부서에서 신규 채용이 진행된 사실도 판단 요소로 반영됐다.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도 문제로 지적됐다. 회사는 업무적합성 40%, 임금 30%, 근태 20%, 회사 기여도 10%를 기준으로 삼았다. 대법원은 이 기준이 근로자의 개별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봤다.
건강 상태, 부양가족 여부, 재취업 가능성과 같은 사회적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임금 비중이 높은 구조는 장기 근속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아울러 판결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부 사업부 폐지를 이유로 통상해고를 주장하려면 해당 부문이 독립된 사업체로 기능하고 있으며 다른 사업부와의 업무 호환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은 사업부 단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해고의 법적 성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정리해고 요건 적용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남았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온라인 상담 문의